건강검진 추천 – 전문의가 알려주는 꿀팁 3가지

연말 건강검진 시즌이 되면서 이름도 잘 모르겠는 여러 건강검진 항목들 중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할지 고민이 많으실 텐데요. 같은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얻기 위한 꿀팁 3가지 알려드립니다.

  • 안받으면 손해. 국가건강검진
  • 가성비 떨어지는 비추천 검사
  • 의사들은 몰래 받는 검사

1. 안 받으면 손해. 국가건강검진 무조건 챙기세요.

국가건강검진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거의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국가건강검진은 걸리면 돈도 많이 들고, 많이 아프고, 많이 죽는 병이지만, 검진으로 쉽게 찾아낼 수 있고, 일찍 찾으면 완치할 수 있는 병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건강검진은 신체검진, 피검사, 소변검사 등으로 무료이며 짧은 시간에 받을 수 있지만, 암검진은 시간도 더 걸리고 10% 본인부담금이 있어 빼먹는 분들이 계신데 그러면 안 됩니다.

5대 암검진항목

  • 자궁경부암: 20세 이상 여성, 2년마다, 자궁경부세포검사
  • 위암: 40세 이상, 2년마다, 위내시경 또는 위장조영검사
  • 유방암: 40세 이상 여성, 2년마다, 유방촬영검사
  • 대장암: 50세 이상, 1년마다, 분변잠혈검사 후 양성이면 대장내시경 또는 대장이중조영검사
  • 간암: 40세 이상 고위험군, 6개월마다, 초음파와 혈액검사
  • 폐암: 54-74세 고위험군, 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

추가 1. 위암, 대장암에서 위장조염검사나 대장이중조영검사대신 반드시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받으세요.
추가 2. 유방암의 경우, 동양여성은 지방이 적은 치밀 유방이 많아 유방촬영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방촬영검사 후 의사 선생님이 유방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권할 경우, 과잉진료라고 무조건 욕하지 마시고 추가로 유방초음파 받는 것을 권합니다.

2. 가성비 떨어지는 비추천 건강검진 검사

PET-CT

: 전신의 암을 찾아준다고 해서 VIP 건강검진 항목에 들어가는 100만 원대의 고가 검사입니다. 모든 암의 조기진단이 가능할 것 같아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여러 제한점이 많습니다. 일부 암은 정상조직과 구별되지 않고, 1cm보다 작은 암은 잘 안 보일뿐더러, 방사선피폭량이 현저히 높습니다. PET-CT는 암을 진단받았을 때 전이를 찾기 위한 검사이지, 검진검사로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위장조영검사, 대장조영검사

: 의사 중 가족에게 위장조영검사, 대장조영검사를 추천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으로 암덩어리를 직접 보고 조직검사까지 할 수 있는 시대에 위장대장조영검사는 구시대의 산물입니다.

전립선 초음파

: 전립선암은 초기에 초음파에서 관찰되지 않습니다. 전립선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싶다면 차라리 전립선특이항원 검사받는 걸 추천합니다. 초음파로 전립선 비대증은 확인할 수 있으나, 나이가 젊고 증상이 없다면 검진검사로서의 실익은 적습니다.

뇌 CT, MRI (뇌혈관 포함 안 한 경우)

: 뇌종양은 유병률이 낮아 증상 없는 일반인에게 검진으로 찍기에는 부적절합니다. 급성 뇌졸중은 대부분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검진영상에서 발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3. 사회적으로는 글쎄. 그러나 의사들은 받는 검사들

– 갑상선 초음파
: 언론에서도 많이 다루었던 이슈로 갑상선 초음파는 찬반 논란이 있습니다. 한국의 갑상선암 수술 건수가 많아, 과잉진료 문제로 의사들의 도덕성 비난도 있었습니다. 갑상선암은 유병률은 높으나 사망률이 낮아, 국가 전체의 사회적 비용을 고려했을 때 검진 목적의 갑상선 초음파는 추천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삶은 별개 문제이지요.
갑상선암은 많이 생기는데 비교적 수월하게 저비용으로 완치할 수 있는 암입니다. 의외로 젊은 분들에게 갑상선암이 생길 경우 공격성이 높아 말기로 진행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이 분이 초음파 한 번만 미리 받았다면 인생이 달라졌겠구나 싶어 안타까운 경우도 있습니다.
갑상선 검진 초음파는 사회적으로 추천할 수는 없지만, 개인의 선택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뇌혈관 CT 또는 MRI
: 뇌동맥류는 머릿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립니다.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있는 병으로, 한번 터지면 지주막하출혈이 생겨 한 달 이내 40-60%가 사망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터지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어 보통 터진 후에야 알게 됩니다. 검진 뇌혈관 CT나 MRI에서 진단받아 수술이나 코일 등의 치료를 받으면 출혈 위험은 현저히 낮아집니다.
뇌혈관 CT와 MRI의 정확도는 비슷합니다. 단, CT는 조영제의 부작용 위험이 있고,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MRI은 인체에 무해하나 가격이 CT의 약 3배 정도로 비쌉니다.

저선량 흉부 CT
: 폐암은 한국 암발생률 2위이고, 담배를 평생 안 피운 젊은 분들에게도 많이 생깁니다. 진행되면 뇌, 간, 뼈 등 전신으로 전이되는 무서운 암입니다. 흉부 엑스레이로는 폐암이 커지기 전까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저선량 흉부 CT는 방사선량 노출량은 적으나 작은 폐암까지 잘 보여서, 폐암이 걱정되는 분이라면 검진 목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조영증강 복부 CT
: 스티브잡스, 패트릭 스웨이지, 루치아노 파바로티, 유상철, 김영애 님. 이분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바로 췌장암입니다. 췌장암은 조기에 진단되지 않고, 한번 발병하면 진행이 빠르고 완치가 어려워 공포의 대상입니다. 복부초음파 할 때 많은 분들이 췌장을 잘 봐달라고 부탁하시지만, 복부초음파로 췌장의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조영증강 복부 CT는 췌장뿐 아니라 간, 담낭, 신장, 난소 등 모든 장기를 볼 수 있어 내 뱃속의 무엇이라도 이상이 있는지 궁금하다 하시는 분들은 받아보는 걸 고려할 수 있습니다.

결론 세 줄 요약

  • 국가검진은 결국 내돈내산. 나이별로 꼭 챙겨 먹자.
  • PET-CT, 위장대장조영검사, 전립선 초음파, 뇌 CT/MRI 가성비 떨어진다.
  • 외식값, 여행값 아껴서 내 몸에 좀 더 투자하고 싶다면, 갑상선초음파, 뇌혈관 CT/MRI, 흉부 CT, 복부 CT 고려해 보자.

의학이 발전하기 전에는 병을 일찍 진단해 봤자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현대는 조금만 병을 일찍 발견하면 간단한 치료로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온갖 치료법과 약이 발전한다 해도 최고의 치료는 하루라도 내 몸의 병을 일찍 발견하는 것입니다.

현시대에 살고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면, 건강검진에 조금만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 내 인생의 최고의 수익률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